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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사량도 옥녀봉에 패러글라이딩이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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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헌의 산악비행] 통영 사량도 지리산

 

  옥녀봉 가마봉 위로, 푸른 바다 위로, 꿈처럼 날다
가마봉 좁은 바위면에서 이륙, 30여 분 환상적 비행 만끽
 

 

 




하치경씨 선두로 비행하며 바람의 질 확인



가마봉 이륙장은 한 사람이 겨우 이륙할 정도의 작은 공간인데, 사진촬영을 위해서는 최단시간에 모두 이륙해서 하늘에서 돌아다녀야 한다. 바람이 언제나 적정하게 불어주면 모두가 함께 체공이 가능하지만, 바람이 약하면 모두 착륙장으로 날아가야 한다. 혹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기라도 하면 모두 비행을 접고 걸어서 금평으로 하산해야 한다.





     
 
   



 
 
▲ [좌]지상에서 이륙 연습.
[우]바닷가에서 짧은 비행 연습을 하고 있다.




모든 비행은 바람에 좌우된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날의 바람 방향과 바람의 세기는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 기체를 바위에 펼쳐놓고 안전벨트와 연결해서 완전한 이륙준비를 한다. 요즘은 더운 여름이라 얼굴을 막기 위해 모두 발라클라바(안면모)를 착용하고 비행한다. 남해의 정희섭 사장은 검정 안면모를 쓰고 있어서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어쩌면 은행 강도로 착각할지 모르겠다.



하치경 선수가 언제나 선두로 더미(dummy) 비행을 나간다. 첫 비행자는 실력이 우수한 비행자로, 그 날의 기류를 읽고 다른 비행자들이 기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안전한 이륙장에서 비행하다 바위절벽에서 이륙은 첫 비행이라 조금 불안한 모양이다. 몇 번 기체를 올리고 내리더니 안정된 이륙을 하지 못하고 결국 좀 불안한 상태로 하늘로 날아간다. 불안한 선수의 이륙 모습을 지켜보는 ‘병아리’들은 더욱 불안을 느끼게 된다.





     
 
   



 
 
▲ 사량섬의 상도와 하도 사이를 바라보며 비행중인 패러글라이더.




하치경 선수는 이륙지점의 고도 이상을 올라가지 못하고 옥녀봉과 가마봉 바위능선을 오가며 겨우 고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서 김종홍, 장상현, 박해종 순서로 줄줄이 날아간다.



정희섭 사장이 이륙할 시점부터 바람이 잘 들어오며 모두들 가마봉 위를 날고 있다. 정말 환상적인 풍경이다. 온 사방으로는 바다가 둘러싸고 있고  웅장한 바위들과 소나무 위로 패러글라이더가 능선을 날고 있는 풍경은 아름답다.



두번째 비행인 정희섭 사장은 가마봉 위로 고도를 50m 정도 높였다. 오늘 가장 높이 날아 사량도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륙장 근처를 지나는 등산객들은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다. 모두 나도 한번 날아보고 싶다는 충동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작은 산에서 비행사진을 찍는 것은 쉽지 않다. 하치경 선수가 잠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상승풍지대에서 고도 손실을 가져오고 있었다. 김홍기 사장이 솔로 파일럿 마지막 주자로 날아갔다. 홍 팀장과 필자는 2인승 비행을 위해 이륙준비를 했지만 바람이 약해 좀 더 기다려야 했다.



다른 일행들은 30여 분 동안 옥녀봉과 가마봉 위로, 혹은 바다 위 옥동부두 위를 날기도 하면서 첫 산악비행의 묘미를 즐겼다. 기다림에 지친 우리 두 사람은 결국 전방 이륙으로 앞으로 달려가면서 기체의 기공에 바람을 채우는 방식으로 이륙했다. 바위에서 두 발이 떨어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야호 하는 함성을 질렀다.





     
 
   



 
 
▲ 가마봉 기슭에서 막 이륙한 글라이더. 이륙장 조건이 매우 좋지 않았으나 이륙에 모두들 성공했다.




이미 다른 일행들은 직선거리로 2km 떨어진 금평 해변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우리도 옥녀봉 능선 위로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점점 바람이 약해져 결국 5분 정도의 비행으로 만족해야 했다.



소나무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과 푸른 바다 위를 날갯짓하며 자연을 내려다보는 감동은 넓고 깊다. 금평 바닷가에 우리는 무슨 낙하산 침투부대처럼 한 명씩 착륙했다. 지상에 내려오고 나니 바람이 점점 강해져 아쉬움이 남았지만, 첫 산악비행에서 실패하지 않고 모두 안전하게 비행을 마쳤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다.



삶에서 언제나 내가 오른 산 위에 더 높이 솟아 있는 산을 발견한다. 우리의 꿈은 더 높이 올라 8,848m를 넘는 것이다. 걷지 않고 날아서-.


/글 박정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