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국방방곳곳

한려해상공원"통영"

♤한려해상국립공원
   
★1월에 가볼 만한 따뜻한 여행~** ★

다향 펜션, 반갑다 손짓하는 통 유리밖 바다

[일간스포츠 박상언]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쪽 끝을 담당하는 경남 통영에 가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구불구불 끝도 없이 이어지는 해안선과 손에 잡힐듯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 있는 바다는 그 길이를 재보고. 수를 헤아리려 한다면 오히려 머리만 복잡해진다. 모든 것을 잊으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세상을 보면 편하다.



■파도소리 자장가 삼아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지난주 말 통영에서 남쪽 땅 끝인 용남면 원평리 승방마을에 자리한 다향펜션(www.dhpension.co.kr)을 찾았다.

마을 가장 끝자락에 펜션은 조용히 들어서 있다. ‘다향’(茶香)이라 쓰인 빛바랜 팻말 너머 마당 끝은 축대로 쌓아 바다와 맞닿아 있고. 뒤는 나지막한 산이 둘러서 이 자체만으로도 아늑하다.

펜션은 산으로 이어지는 언덕에 서 있는데. 바닥부터 벽을 거쳐 지붕까지 온통 통나무다.

캐나다산 적송만 사용해 실내에 들어서면 나무 향기가 코 끝을 자극한다. 모두 세 채. 본채 격인 2층 통나무집과 바로 뒤에 황토방. 마당에 별채격인 찻집이 있다. 각각 60평·12평·17평형이다.

어디에서건 바다가 보인다. 바로 앞 작은 섬 두 개 뒤로 저 멀리 통영 시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특히 찻집에 딸린 방 침대에 누워 통유리를 통해 밖을 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느낌이다.

마당 앞바다에는 나무 다리로 이어 만든 작은 선착장이 있다. 묶여 있는 보트 몇 대는 주변 갯바위 등으로 낚시를 나설 때 사용되는 것들이다.

허리에까지 찰 정도 깊이의 바닷물은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깨끗하다. 간조 때면 선착장에까지 물이 빠져 가족끼리 갯벌 체험도 가능하다. 펜션 옆에는 마굿간도 있다. 두 마리의 말이 살고 있는데. 승마 체험용이다.



펜션에서는 또 자그마한 가마가 있어 도자기를 직접 빚어 구울 수도 있다. 이 집에서 내놓는 다기도 모두 이곳에서 구운 것들이다.

펜션과 주위를 둘러싼 야산까지 모두 5000평. 길을 따라 느긋한 걸음으로 40분이면 한 바퀴 도는데. 맑은 날 아침 이 산책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일출의 장관도 감상할 수 있다.

요금은 통나무집을 통째로 빌리면 45만원(이하 주말 기준)이다. 1층(33평형)과 2층(27평형)을 따로 이용할 경우 각각 29만원·19만원이다. 황토방은 12만원. 찻집은 15만원이다.

■차 한 잔 생각나면…

“하룻밤 쉬어도 한 달 휴식을 취한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어요.”

염동훈(46) 다향펜션 사장은 스스로를 ‘펜션지기’ 또는 ‘머슴’이라 부른다. 펜션을 찾는 손님들에게 ‘주인’이란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란다.

이름을 ‘다향’이라 정한 이유에 대해 “펜션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향기가 달라진다. 세속적인 상업 공간 대신 차에서 나는 향기처럼 맑고 깨끗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라며 “도시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모두 문 밖에 내려놓고 들어오시라고 한다. 쉬러 왔으면서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통영 시내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염 사장은 지난 2000년 주변 소개로 이곳을 보고 집을 옮겼다. 바다가 있고. 높지 않지만 산이 있는 아늑한 분위기에 홀딱 반했기 때문이다.

특히 섬과 육지로 둘러싸여 있는 잔잔한 바다가 마음에 들었다. “이곳 바다는 미륵도 등 수평선이 보이는 다른 지역에서 보는 바다와 다르다. 수평선이 있으면 금세 싫증을 느낀다. 이곳은 해안선이 그대로 살아 있어 호수 같은 느낌이다.”

애초엔 펜션을 운영할 생각이 없었다. 텃밭을 일구고.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며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이곳을 찾은 지인들이 “같이 살자”고 졸라대는 바람에 펜션 운영을 결심하게 됐다. 그리고 1년 여의 공사 끝에 2003년 12월 문을 열었다.

그는 손님이 오면 기회를 봐 찻집으로 초대한다. 찻집은 평소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사용되는데. 손님이 많을 때에만 객실이 된다. 취향에 맞춰 팝·클래식·가요 등을 들려주며 내놓는 차는 지리산에서 직접 만든 ‘뽕닢차’. 차 한 잔 나누면서 공통된 주제를 찾아 담소를 나눈다.

다향펜션에서 묵으려면 샴푸 사용은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그의 의지다.

염 사장은 그리고 펜션을 설계할 때부터 가족 단위 나들이객을 고려했다. 이 때문에 가능하면 커플 손님은 받지 않는다.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 하룻밤의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이 여러 체험을 하면서 사랑을 확인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055-646-2320.

가는 길=찾는 길은 만만치 않다. 대로변에 이정표가 없기 때문이다. 통영과 거제를 이어주는 14번 국도를 타고 가다 거제대교휴게소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빠져나와 다시 14번 국도 밑 굴다리를 지난 다음 마을을 통과해 약 3.5㎞ 더 가야 한다. 다행히 마을부터는 이정표가 있어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다.



●가볼 만한 곳

경남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로 불릴 만큼 작고 예쁜 항구를 끼고 있다. 남망산공원 바로 아래에 강구안이라 불리는 항구는 포구라 불러도 좋을 만큼 아담하다.

중앙에 충무궁 이순신 장군의 호국혼이 담겨 있는 거북선이 당당하게 서 있고. 좌우로는 작은 어선들이 사열하듯 죽 늘어서 있다.

강구안에서 중앙시장과 김밥골목은 꼭 둘러볼 만하다. 중앙시장 수산물 코너에서는 싱싱한 횟감. 김밥골목에서는 이 고장의 명물인 충무김밥을 맛볼 수 있다.

횟감은 갯돔·우럭·광어 등을 한 광주리에 담아 2만~3만원에 내놓는다. 네 명이 배불리 먹고도 남을 양이다. 포장도 가능하다. 김밥골목에는 20여 곳의 김밥집이 영업 중이다. 엄지손가락 굵기의 김밥에 오징어무침. 무김치 등을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허기를 달랬다면 통영대교를 건너 미륵도를 찾아보는 것이 순서. 관광특구로 지정된 미륵도는 외곽을 따라 일주도로가 나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해질녘이라면 남쪽 끝 달아공원에서 석양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유도 대·소장재도. 곤리도·가마섬·추도 등 크고 작은 섬을 배경 삼아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붉은 해는 잊지못할 추억을 남겨준다.

여유가 있다면 주변 섬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한산도·욕지도소매물도연화도사량도등이 배로 한 시간 거리 이내에 있다. 통영은 대전-통영 간 고속국도를 이용해서 서울에서 5시간이면 닿는다.



●술값만 내면 해산물 안주가 공짜

통영에서는 선술집을 ‘다찌’라고 부른다. 지금은 서서 마시는 술집이 없지만 오랜 시간 굳어져 이 고장에선 일반 명사가 됐다. 특징은 술값만 내면 안주가 공짜라는 것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답게 안주는 모두 바다에서 나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통영에는 다찌집이 많다. 이 중 널리 알려진 곳은 울산다찌(055-645-1350)다. 규모도 크지 않다. 홀에 식탁 5개. 방에 4개 등이 전부다.

소주 1병에 1만원이지만 식탁을 차지하면 기본 술값은 4만원이다. 1~2명이 가도 3~4명이 가도 주인은 아무 말없이 소주 4병을 내놓는다. 안주는 그때 그때 다르다. 철 따라 날씨 따라 바다에서 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것은 메뉴판. 기본 안주 밑으로 매물도비진도·사량도·한산도·욕지도·미륵도 등이 적혀 있다. 겨울철 기본 안주에는 물메기국·물메기알·놀래미 등으로 조리한 요리와 굴·멍게·

키조개·우럭·도미 등으로 꾸민 안주가 한 접시(사진) 나온다.

그리고 소주 한 병 추가할 때마다 매물도·비진도 등 ‘섬 여행’을 하는 동안 산낙지·장어회·해삼·성게알·날치·전복·털게 등을 만날 수 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