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술의 공간

아내의 시한편

바다를 때린다

                                                           이 희 야


동강 건너 저 돌담집 누가 살고있을까
바람이 윙윙 대문을 닫으며 숨어버린다
상수영감 할멈따라 간지 석삼년 되었다지
담쟁이가 외로워 울타리를 짚고 뒷밭으로 간다
강낭콩 따서 손주 보러 간다고 포대자루가 터진다 
지팡이로 굽은 허리 펴서 중절모에 단벌 양복 입으면 막내 아들 집이 눈앞이다
시아버지 마중 밥상 한달음에 차려지고 코 앞에서 참새소리 지절댄다
바다 속을 뒤져 오신 갈치 고등어 회를 한 입에 넣어주신 마음의 회신이다

목선은 시아버지 생활 전선이다
크루즈 유람선 보다 귀한 추억이 담긴 타이타닉호다
험상궂은 쑤구미에 찔려 하루종일 소금자루에 손을 파묻고 울었던 기억은 지금도 손끝이 아려온다
바다 구경 나간 한 때 그물 잡아 당기시던 손 멈추고 기상 관재탑을 보 듯 해를 바라 보신다
작업을 서둘러 뱃머리를 돌리신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 점심 밥상을 받아 앉으니 정오 때다 해시계가 시아버지 눈금에서 읽어졌다
시아버지와 장독대 앞에 나란히 앉아 바다를 다듬던 그날이 어제같이 생각나 바다를 때린다

'예술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바다  (0) 2018.10.08
상효형님3  (0) 2015.08.09
햇살담은 비단실  (0) 2015.08.09
상효형님3  (0) 2015.08.09
상효형님1  (0) 201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