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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지리산

[산&산]<150>
쪽빛 바다 딛고 하늘 향해 솟은 암봉… 활짝 핀 매화 파란 보리밭이 손짓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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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150> 사량도 지리산
[산&산] 사량도 지리산 산행지도
불꽃같은 모양의 바위가 잇따라 있는 것을 보고 석화성(石火星)이라 한다. 조선 숙종 때 인문지리학자인 이중환이 택리지를 통해 국립공원 가야산을 일컬어 석화성의 절정이라고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 실제로 가야산 정상 부근은 상왕봉 칠불봉 등 걸출한 암봉들로 즐비하다. 뾰족하고, 혹은 뭉텅하고, 더러는 높고, 더러는 낮지만 나름의 자태는 가히 장관이다. 하지만 더 큰 장관은 그들이 어깨를 겯고 그려내는 하늘금이다. 붉은 빛이 없어서 그렇지 금방이라도 활활 타올라 하늘로 치솟는듯 한 모습은 이 산의 백미다. 산꾼이 그 비경과 맞닥뜨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열의 아홉은 신열이라도 든 듯 산에 오르고 싶은 갈망에 가슴이 뜨거워 질 것이다.

그런 산이 바다에도 솟아 있다. 바로 경남 통영시 사량도의 지리산(398m)이다. 가야산처럼 크고 웅장하지 않지만 하늘로 타오르는 석화성의 장관은 그에 못지않다. 특히 쪽빛 바다를 끼고 있는 점은 가야산이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하늘이 바다 같고 바다가 하늘같은 그 공간에 날이 선 붓끝으로 채워지는 모습은 지리산이 아니고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절승이다.



이번 주 산&산은 바로 이 지리산을 찾았다. 산이 있는 곳은 한려해상공원에서 자란만쪽으로 쑥 들어온 바람 맛이 고운 고성의 앞바다다. 그렇다보니 새봄이 서둘러 오는 곳이다. 사실 지리산은 너무나 유명해서 따로 소개하기가 부담스러운 산이다. 특별이 나름의 코스를 개척할 수 있는 산이 아닌 데다 인터넷만 치면 속속들이 파헤쳐진 각종의 정보가 널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답사에 나선 것은 앞서 뛰어가 새 봄을 먼저 맞이하겠다는 명분에서다. 실제로 답사 당일 사량도는 매화가 활짝 폈고 청보리도 웃자라 푸른 물결로 출렁거렸다. 쫓빛 갯바람에 진하게 묻어있는 새 봄을 즐기면서 산행에 나선다면 남촌에서의 감동은 더욱 커지지라 기대한다.

지리산은 원래 지리망(望)산이었다. 맑은 날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다는 데서 이름 붙었다. 하지만 요즘은 지리산으로 그냥 통용된다. 산은 코스가 단출하지만 옹골찬 산세로 인해 능선 잇기가 여간 황홀하지 않다. 특히 상봉인 불모산(달바위)과 가마봉, 연지봉,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석화성의 능선은 보는 것 자체가 전율이다. 그 능선을 발로 직접 걸어본다면 두고두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리산은 마냥 황홀한 것만은 아니다.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석화성의 능선은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안전시설이 대폭 강화돼 종전처럼 그렇게 위험하지 않지만 몇몇 구간은 아직도 불안한 모습이다. 특히 수직으로 떨어지는 철계단 지점은 대표적이다. 엄홍길씨도 지적했다시피 너무 가파르고 계단 폭이 너무 넓다. 또 난간도 너무 굵다. 날씨가 나빠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불상사를 피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대책이 절실한 부분이다.

산행 도중 등로에서 만나는 특별한 글귀가 있다. 내용은 '단디 단디 가이소'다. 여기서 '단디 단디'는 '조심 조심'이란 뜻의 경상도 방언이다. 단디 단디 간다면 수직의 철계단도, 또다른 위험구간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코스는 통영시 사량면 돈지리 돈지마을~146봉~지리산~불모산(달바위)~가마봉~연지봉~옥녀봉~(금평리)진촌마을 순이다. 산행 시간은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혹시 인파가 많아 지체된다면 휠씬 더 걸릴 것으로 각오해야 한다. 산행 들머리인 돈지마을은 금평항이 있는 진촌마을에서 버스로 이동한다. 버스는 배에서 내리면 바로 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15분쯤 가면 돈지마을에 닿는다. 마을 뒤 가장 높은 봉우리가 지리산이다. 여기서 산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돈지분교 옆으로 해서 계곡으로 올라가는 것과 버스종점 끝쪽에 위치한 화장실에서 도로를 따라 올라가 능선을 이어가는 길이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능선 안부에서 만난다.

산&산 팀은 능선길을 택했다. 화장실 옆에 등산안내도가 있어 참고한다. 안내판 뒤쪽의 도로를 따라 조금 오르면 바다가 보이면서 능선 끝자락에 닿게 된다. 146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여기서 능선을 바로 오르지 않고 도로를 따라 100m쯤 더 거슬러 올라가 만나는 오른쪽 능선으로 연결된다. 등산안내도에서 도로를 벗어나는 지점까지 7분, 능선에 올라가 돈지분교에서 올라오는 갈림길과 만나는 안부사거리까지 12분, 능선을 오름길로 좇아 만나는 첫번째 이정표까지 10분이 더 걸린다. 이후 주 능선에 닿아 오른쪽 외길 능선을 따르면 지리산과 불모산으로 향할 수 있다. 지리산까지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고 불모산 역시 크게 문제 되지 않으나 정상 직전의 칼날 능선이 바람이 강할 때 조금 위태로울 수 있다. 이 구간 역시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있으니 여의찮으면 돌아가면 된다. 지리산까지 40분, 불모산까지 다시 50분쯤 더 걸린다.

지리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불모산에서 내려와 만나는 가마봉~연지봉~옥녀봉 구간이다. 정체가 없다면 30분이면 오르내릴 수 있지만 통상 1시간 30분 이상은 잡아야 할 것이다. 정체도 그렇거니와 펼쳐지는 풍광이 아찔할 정도로 현란하기 때문이다. 더러 사진도 찍고 더러 풍광에 취해 한동안 넋을 놓는 곳이다. 산과 바다와 하늘은 물론 그 틈에 깃들어 있는 갯마을도 더불어 아름답다. 본보 인터넷에 평소보다 많은 사진을 올려놓았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가마봉으로 오르는 로프는 생각보다 수월하고 가마봉을 내려와 연지봉 안부로 떨어지는 철계단은 스릴 그 자체다. 2년전 보강공사를 했다고 하지만 담력이 약한 사람들에겐 아직도 공포로 느껴진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내려가는 우회로가 있으니 형편에 따라 활용한다.

연지봉으로 오르는 등로 역시 보기에 따라 아찔할 수 있다. 15m 높이의 직벽에 로프만 하나 달랑 달려있는 상황이다. 멀리서 보면 어떻게 저런 곳을 오를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다가가서 보면 그렇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홀드와 스탠스가 의외로 잘 발달돼 있어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별다른 기교 없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부담스럽다면 오른쪽의 우회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권유하는 것은 연지봉에서 내려서는 절벽 부분이 줄사다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선 철계단보다 더한 공포라고도 한다.

연지봉을 내려왔다면 정면의 봉우리는 왼쪽으로 우회한다. 이 길 역시 직벽의 낭떠러지지만 난간이 설치돼 있어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다. 이후 등로는 크게 어렵지 않다. 로프가 설치된 곳도 있지만 경사도가 낮아 걸어서 내려갈 수 있다.

아버지와 딸의 참담한 전설을 전하는 옥녀봉은 돌무더기가 홀로 서 있다. 진행 방향 정면은 옥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급전직하의 천길 벼랑이다. 하산은 돌무더기에서 되돌아나와 왼쪽의 우회길을 따른다. 내려서는 지점에 철계단이 있으나 이 역시 경사가 완만해 그리 어렵지 않게 내려설 수 있다.

이후 등로는 곧 만나는 이정표에서 직진 방향을 따르면 된다. 왼쪽은 대항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이정표에서 진촌마을 KT분국까지 17분, 금평항 선착장까지 10분이 더 걸린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박낙병 산행대장 011-862-6838.

글·사진=진용성 기자 ysjin@busanilbo.com



# 찾아가는 길


사량도 배편은 통영시 도산면 가오치와 고성군 하일면 용암포 두 곳에서 탈 수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 출발한다고 전제할 때 비교적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가오치 선착장이 더 유리할 것 같다. 배는 하절기의 경우 오전 7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운항된다. 3월부터는 주말과 휴일의 경우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요금은 1인 4천300원. 단체는 20명 이상일 때 4천원, 40명 이상일 때는 3천6백원이다. 금평항에서 나오는 배는 오후 4시, 5시에 있으며 마지막 배는 6시10분에 있다. 승객이 많을 경우 임시편이 편성되기도 한다. 이는 유동적이기 때문에 매표소(055-647-0147)의 확인이 필요하다.

가오치로 가는 길은 남해고속도로와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남해고속도로 진주IC를 지나면 곧 중부고속도로를 만나는 진주분기점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빠져 통영 방면으로 직진하면 중부고속도로 통영 방면 도로에 진입하게 된다. 이후 고성IC까지 직진한다. 고성IC를 빠져 나오면 곧 14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가오치 선착장은 이 도로를 따라 통영 방향으로 가다가 도산면 소재지가 있는 도산삼거리에서 우회전 길로 연결된다. 이후 77번 지방도나 가오치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부산 구서동 출발을 기준할 때 가오치 선착장까지 1시간 40분쯤 걸린다. 선착장에 무료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자가용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다.

여러가지로 불편하지만 대중교통편도 있다. 부산서 시외버스을 타고 통영으로 가서 통영시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통영행 버스는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으로 다닌다. 요금 9천500원. 통영선 터미널 앞 이마트 건너편에서 72,73번 버스를 타면 된다. 가오치까지 오전에만 2편이 다닌다. 요금은 1천원. 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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